본문
팬 모두가 기다리던 K리그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이슈 중 눈길을 끈 것은 올 시즌 종료 후 승강제에 대한 논의였다. 결국 상주 상무를 포함한 두개의 팀이 강등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상주 시민구단 창단 시 2부리그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상주처럼 작은 도시에서 무슨 프로스포츠? 또 세금낭비가 시작되는구나'라는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다. 본 내용은 상주 상무의 (자칭)서포터즈이자 상주에서 거주해온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쓰는 내용이다. 구단 및 관계자의 공식 의견과는 무관함을 밝힌다.
그동안 상주는 경제적인 발전과 인구 증가 등 시정의 발전을 위해 부던 노력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경상도의 한 축이라고 자부하던 상주는 이제 이름만 남은 옛 유산이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각종 사업 유치에도 실패하였다. 야심차게 준비한 공업단지는 불산가스 누출이라는 악재를 맞이하여 좌초하여 현재 산업단지는 황량한 벌판으로만 남아있다. 혁신도시를 유치하려 하던 움직임은 김천시에 밀렸고, 신도청 이전사업은 안동시와 예천군에 밀리는 등 추진하는 사업은 하나같이 순위에 밀렸으며 심지어 기업 유치는 소송에 휘말리기까지 하여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인구 문제도 심각했다. 1995년 약 20만에 달하던 인구는 이제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청년층 인구가 정착하지 못해 뿔뿔이 흩어지고 노년층 인구가 점점 늘어났으며 심지어 2015년부터 신생아의 수보다 사망자의 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 즉 급속도로 노령화되는 도시가 되었다. 학교가 점점 줄어들고 거리엔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2008년에 추진된 국립 상주대학교 통폐합은 지역 청년들이 정착하기보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하는 치명타가 되었다. 고인 물은 정체하기 마련이다. 상주는 이미 고이다 못해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2011년 상무 축구단 유치는 이러한 움직임에서 발로된 것이다. 국군체육부대가 용인에서 문경으로 이전해 온다는 것에 맞물려 축구단을 유치해 지역사회에 프로스포츠를 확보하여 시민들에게 문화체육 혜택을 누리게 하려는 목적과 시 홍보를 동시에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광주 상무에서 광주FC로 새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상무 운영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2011년 개막전 당시, 1만 6천명을 수용하는 상주시민운동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모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잔디 공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리그 일정을 미루고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신속하게 대처하기도 하였으며, 연고 협약을 두 차례나 연장하여 시민들에게 프로스포츠 보급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였다. 물론 인근 지역에 프로배구단이 있지만 동일 생활권이라 보기 어려웠기에 우리 지역에 우리의 팀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볼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하 유스팀과 코칭스태프 인선을 발빠르게 준비하여 현재도 연령별 유소년 팀을 운영중이고 그중에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이 프로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유스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앞서 말했다시피 학생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을지 모르지만, 동네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없어서 조용하기만 하다면 그 지역은 금방 활기를 잃게 된다.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20년전만 하더라도 전교생이 500명이었으나 현재 50명을 채 유지하지 못한다. 가끔 나가보면 마을이 조용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을 체감한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물론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이 아니다. 프로축구계를 보는 고까운 시선에 따르면 툭하면 시민구단, 걸핏하면 세금 투입이라는 지적과 비난의 눈초리는 끊임없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필자는 시민구단을 세금낭비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예시가 다를지 모르지만 시의 재정으로 운영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공기업 개념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겟는가. 상주 구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작지만 알차게 구성된 클럽’을 지향한다고 말하고 있다. 상주에서 성장한 선수가 기량을 크게 키워 상위 클럽, 상위 리그로 진출하게 된다면 이로 인해 이적 수입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을 기반으로 구단 인프라를 향상시키며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이끌겠다는 것이 관계자들이 밝힌 그림이다.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속칭 ‘거상’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평균 관중이 리그 최하위를 다투고 있고, 리그의 흥행을 망친다는 사람들에게 묻겠다. 당신들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최상위 10개 도시에 축구단을 만들면 매 경기 만원 관중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팀을 응원하고 성원하는 것에 있어 관중의 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중요하다면 이미 전 세계 프로스포츠는 인구가 집중된 지역에만 만들어져야 하며 프로스포츠가 적자를 내는 경우가 존재해서는 안된다.
상주 상무의 2019년 평균 관중은 2천6백명이다. 2018년에 비해 80퍼센트가 증가하였다. 이는 갑자기 인구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시즌 성적이 향상되고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올 한해 관심이 늘어나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관중과 인기는 성적과 볼거리로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시민구단이 창단되었다고 해서 매경기 만원관중을 찍는다는 보장은 없다. 프로구단들이 어째서 CSR 활동에 집중하고 SNS를 활용하면서 팬 친화적인 정책을 하겠는가. 프로스포츠 팬들은 선수들의 기량과 성장 그리고 팬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감화되어 경기장을 찾는다. 선수들이 찾아오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고, 경기 후 팬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주었기에 올 한해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지속된다면 관중에 대한 문제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이미 상주는 많은 것에서 밀렸다. 얻는 것은 어려워도 잃는 것은 쉬운 법이다. 상주는 더 이상 잃고자 하는 것이 없다. 상무 축구단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 구축된 인프라, 시민들의 성원을 과거의 유산으로 묻어두기 보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 꾸미고자 하는 것, 이것이 상주에서 축구를 지켜본 사람들의 하나된 마음이다.
필자는 상주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오면서 시의 흥망성쇠를 지켜봐 온 사람이다. (물론 군복무 시기와 대학 재학시기를 제외하고 말이다.) 지역에 거주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장점이다. 특히 상주시는 상무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많은 경험치를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제2NFC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천덕꾸러기로 보일수 있는 프로구단을 통해 이미지를 재고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국 상주의 성장과 브랜드 향상으로 이어짐은 당연하다. 이제 상주라는 이름을 들으면 곶감만을 떠올릴게 아니라 축구단을 운영하는 도시, 작지만 브랜드가 확실한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주시의 입장에서도, K리그에서도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인구 10만 남짓한 소도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주가 이제 리그의 한 구성원으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주의 이름을 가슴에 달고 리그를 누비며 우리의 이름을 널리 알려준 국군체육부대 제1경기대 축구단 선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군인의 본분 중 하나인 대민봉사정신을 잊지 말고 지역 팬들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전도사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주기 바란다. 그대들이 남긴 발걸음을 따라 새롭게 태어날 상주 시민구단(가칭) 역시 K리그의 발전과 선수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곧 리그가 개막하니 앤썸이나 듣고 갑시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